가족이라고 해도 한집에서 함께 살고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평소에도 대화를 자주 하거나 긴밀한 연락을 취하는 것이 유재감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대화가 많지 않았던 관계였다면 각자의 재정적인 상황에 대한 파악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만일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온다면 남겨진 가족들은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상속인으로부터 물려받게될 유산이 있다면 그 중에 채무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상속받을 유산 중에 채무가 훨씬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가 빚한정승인포기를 하지 않았다면 상속인의 경우 그대로 그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것인지 몰라 그대로 돈을 갚으려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혹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는 이러한 경우에 대하여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럼 빚한정승인 신청을 하면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법정대리인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아닐지를 두고 판결이 내려진 판례입니다.
A씨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누나와 셋이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C씨가 사망하자 어머니, 누나랑 C씨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습니다. 유산 중에는 아버지의 친구인B씨에 대한 1000여만원의 약속어음금 채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여섯살에 불과했던 A씨는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고, B씨가 소송을 통해 A씨에 대한 집행권원을 받았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당시에는 A씨의 어머니가 법정대리인이었습니다. A씨가 성인이 되자, B씨는 시효연장을 위하여 소송을 통해 공시송달로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B씨는 이 판결을 토대로 A씨의 은행 예금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반발한 A씨는 한정승인 신고를 마쳤고 청구이의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모두 한정승인요건은 A씨의 인식을 기준으로 해야 하므로, A씨의 한정승인 신고는 유효하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따라서 C씨의 채무에 대한 한정승인자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고, 상속재산이 없으므로 강제집행은 불허한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가 미성년자이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법정대리인으로서 결정한 행위는 A씨 본인이 행위한 것과 동일하고, 직접 본인A씨에 대한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하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이 성년이 된 다음에 본인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통해 법률관계를 번복한다고 보는 것은 법정대리가 가지는 기본적인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고 덧붙여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척기간은 법에서 정한 권리행사기간이므로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도 함께 소멸하는 것이라며 미성년자였던 A씨가 특별한정승인 기간인 제척기간 이후에서야 비로소 성년이 되었다고 해도, 또다시 제척기간을 부여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면 법률관계를 이른 시기에 확정하기 위해 도입된 제척기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법정대리인의 무지로 인하여 빚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등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현행 민법상으로는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정확히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어릴 때는 법정대리인이 판단한 내용이, 상속인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상황처럼 빚한정승인에 대하여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면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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